홍수전문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는 생태하천공학의 선구자로서 칼스루에 대학 수자원환경공학연구소에서 교편을 잡았다. 자연적인 하천경관과 범람원 숲지대를 이용해서 홍수를 방지하는 방법을 수십 년에 걸쳐 찾아내고 개발해온 그는 하천 정비와 재자연화의 전문가로 국내외에 이름나 있다.

학계와 현장을 드나들며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행동하는 지식인이며, 현재 독일 홍수문제의 최고 숙제인, 라인강 배후습지를 자연에 근접한 상태로 조성하는 국책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지난 5월 4일 유엔환경계획(이하 UNEP)의 아힘 슈타이너(Achim Steiner) 사무총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UNEP의 보고서를 비판했다.

번역연대에서는 베른하르트 교수가 쓴 편지 전문을 번역하여 공개한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UNEP측에서 4대강 사업을 면밀히 재검토해 본다면 4대강 사업의 실상이 이럴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완공 직전까지 갔던 헝가리의 나지마로쉬 보를 철거하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무슨 이유에서 그처럼 커다란 노력을 기울였는지, 나지마로쉬 보는 왜 그렇게 철거돼야만 했는지를 보고도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 모두에게 두고두고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남을 것이다.

 

 

슈타이너 사무총장 귀하,

저는 얼마 전 한국 측으로부터 UNEP의 평가가 한국의 4대강 사업이 실행되는 데 중대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정부의 2009년 8월 25일자 보도자료는, 귀하가 4대강 사업을 칭찬하고 모범적인 사례로 높이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첨부자료 1에서 푸른색으로 표시된 인용구):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녹색성장 및 녹색뉴딜의 핵심 사업이라고 보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가뭄, 홍수와 같은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단순히 생태보전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율적 방안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정부가 발표한 또 다른 자료에는 귀하의 말씀이 다음과 같이 인용되어 있습니다(첨부자료 2에서 푸른색으로 표시된 인용구):

“슈타이너 :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적인 평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며 한국에서는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리뷰가 잘 이뤄지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일종의 ‘경제 진흥 패키지’로서 시행되면 경제발전의 촉매제 역할도 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4대강 사업 착수 이전에 UNEP에 제출한 문서와 자료를 보면 이 사업이 일종의 매우 흥미로운 시도로 비춰집니다. UNEP과 귀하는 이를 바탕으로 위와 같은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귀하와 저는 세계댐위원회(World Commission on Dams) 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고, 특히 프라하 회의에서 귀하가 보여준 열의와 상황 분석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귀하가 그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고도 계속해서 칭찬하리라고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질적인 평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귀하 스스로 지적했고, “2) 탄소 의존도와 생태계 파괴를 줄이고 깨끗하고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도모”(UNEP 정책보고서, 5쪽, 2010년 3월; 에드워드 바비어 UNEP발행 논문, 2009년 4월)하는 것은 UNEP의 글로벌녹색뉴딜의 목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귀하가 촉구한 질적인 평가도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또한 이 사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 까닭에, 진행 중인 이 건설사업을 다시 검토해보시면 귀하는 ‘‘설마 이렇게 될 줄 우리는 상상도 못했다!‘‘는 자명한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어떻게 생태보존에 기여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고, 그런 주장은 학술적으로도 근거가 없습니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전문가들과 수천 명이 참여하는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처럼 이 일에 헌신적인 한국인들의 시각이기도 합니다.

한국정부가 이런 4대강 사업을 “하천 복원”(river restoration)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홍보하는 것을 보니, 불행히도 지난 시절 우리가 한쪽으로만 치우친 공사정책을 옹호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야기한 매우 부정적인 경험과 이를 보며 들고일어선 시민들의 시위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하천 복원"을 완전히 다르게 이해합니다. 즉 하천 복원이란 강을 자유롭게 흐르는 상태로 되돌리는 조치이지, 강을 연속보로 막아 변형시킴으로써 귀중한 하천경관을 파괴하는 조치가 아닙니다.

4대강 사업은 생태계에 그 정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하천공학 및 하천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 지극히 무책임한 사업으로서, 건설업계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에 불과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공사를 당장 중지하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옳은 결정이며, 그 후에는 이미 발생한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게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함께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동료 전문가들의 자세한 평가는 이 서한에 첨부하는 출판된 글 두 편(데니스 노마일의 기사와 알베르트 라이프의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4대강 공사가 이미 아주 많이 진척되었기 때문에 벌써 상당히 심각한 생태계 교란이 발생한 상태라서, 지금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만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동료들의 판단으로는, 현 상황에서 오로지 귀하의 의견 표명만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정부는 전에 귀하와 UNEP가 내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핑계삼아 이 문제에 관해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귀하가 대화의 창구를 열어 4대강 사업과 관련된 한국 및 외국의 저명한 전문가 대표단을 초청해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할 생각은 없습니까? 귀하가 한국 하천의 생태적 질을 보존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 일을 중재한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안 그러면 현 상황을 염려하는 전문가들의 충고가 계속 무시될 상황인데 그래야 옳겠습니까?

H.H. 베른하르트 드림 (서명)

 

첨부자료:

1. 유엔환경계획 ‘‘한국 녹색성장 보고서’': “4대강 살리기는 진정한 녹색투자” <위클리공감>(정부보도자료) 2009년 8월 25일. http://bit.ly/mL7n8L

2. [일문일답] 아킴 슈타이너 UNEP 사무총장: “한국 녹색성장 가장 빠르고 체계적이다” <위클리공감>(정부보도자료) 2009년 8월 25일. http://bit.ly/l8fSnB

3. 데니스 노마일, “복원인가, 파괴인가?” <사이언스> 2010년 3월 26일. 한글번역본: http://bit.ly/iPxJy9

4. 알베르트 라이프, “4대강 사업"이 대한민국 하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용어상의 문제점 <크리티셰 외콜로기> 2010년 가을호(Kritische Ökologie Nr. 75 - Bd. 25[2]). 한글번역본: http://www.hanamana.de/dul/ko/node/270


-서한 번역 끝-

 

해외 독자를 위한 참고자료:

사무총장에게 전달된 서류(편지와 첨부자료)의 독어원문 전문
http://www.hanamana.de/dul/files/dul/briefsteiner_mitanhang_04mai2011.pdf

사무총장에게 전달된 편지의 영어 번역본
http://www.hanamana.de/dul/files/dul/briefsteiner04_05_2011english.pdf

사무총장에게 전달된 ‘‘4대강 사업이 대한민국 하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용어상의 문제점’'(알베르트 라이프 교수가 독일 환경잡지에 기고)의 영어 번역본
http://www.hanamana.de/dul/files/dul/korea_misleading_term3_rev_by_hurteau_sept_25.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