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일기 6일째
2020.3.18. 수요일
(독일내 감염자 수 약 12000명. 독일 수상 대국민 발표. 2차대전 이후로 가장 큰 국가적 시련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호소. 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다고 티비에서 비판.)
내가 변했음을 오늘 처음으로 자각했다. 자다 깨서 잠이 안 오면 핸펀 들여다보지 않고, 아침에 일어마자 핸펀으로 소식체크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언젠가부터 했는데 오늘 그게 자연스럽게 됐다. 신기해서 돌아보니 내 업식 바꾸는 일이 그간 소소하게 일어나고 있었는데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침수행 한지 몇년이나 되는데 정말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내가 변화하고 있는 걸 몰랐다.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고요했다.
요즘 격리생활이 내게 휴식과 자유를 선사하는 순기능이 됨이 틀림없다. 그렇게 재미있는 직장일이 실은 내게 무리였나?
밤에 나 혼자 자는 것이 내 심리에 안정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이 나를 구속했나? 이 사람 성격이 좀 그래. 뭐든지 꼭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그래. 나는 너무 맞춰주며 살았어. 갑자기 마음 속에서 남편 성토가 일어난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도리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남편이 미워지며 내 마음은 갑자기 전쟁모드로 변한다. 아유 우스워라. 남편이 알면 기절초풍하겠다.
마음은 요물이다. 정말로 마음이 넓을 때 바다도 다 받아들일 것 같다가 한 순간 좁아지면 바늘 하나 꽂을 틈이 없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