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밤송이를 까?“에 대해 종합웹진 저머니라이브 편집자님께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주셨다. 내가 온전히 이해받았다는기분이 들어 감사한 마음과 함께 사람이 글을 쓰는 목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글을 교류하며 서로의 사고를발전시켜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그 생각을 정리해본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글 중에서 내가 쓰는 류의 글은 별로 인기가 없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읽어봐도 속이 시원하지않은데 남인들 오죽할까? 호불호가 있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 색깔이 선명하게 들어나고, 적군에게 통쾌하게 한방 날리는 시원한 글을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글을 쓰지 않는다. 피아가 명확한 글은 쓰기에도 흥이 나서 가끔 저절로 써지기도 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대로발표하지 않는다. 나는 글을 쓰고 나면 내 흥에 겨워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칼끝이 있는지 세심하게 찾아본다. 당당하게돌출하여 남의 심장을 겨누는 칼끝은 물론, 교묘하게 숨어서 남의 등을 노리는 칼끝을 찾는 일에 나는 양심을 건다. 그리고는 내눈에 아무리 예술적으로 아까운 문장이라도 가차없이 갈아버린다. 나는 남을 해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남과 교류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글을 통해 공감을 나누고 용기를 나누는 일은 의미가 있다.뿐만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글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배움을 주고 받아 함께 발전하는 일도 의미가 있다.

필봉도 총칼 못지 않은 위력을 가졌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나는 나의 필봉을 무기가 아닌 문명의 이기로 쓰고 싶다. 지구상의대다수에 비해서 운좋게 태어나 교육의 기회를 가졌고, 글쓰기가 취미인 까닭에 남보다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하는 내가 남보다조금 더 나은 글재주를 가졌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겨 무기로 휘두른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성장이 빨라 남보다 덩치가 좀크다고 우쭐하여 조무래기 친구들을 괴롭히는 초등학생이나, 아버지 돈을 “술” 쓰듯 쓰며 술집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으쓱대는졸부의 아들과 무엇이 다를 것이냐?

더군다나 나는 남에게 시원하게 따귀를 올려붙임으로서 관중의 박수를 받는 광대가 되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광대가 필요하다는것은 인정한다. 날카로운 독설로서 관객의 억울하고 고단한 심정을 기분으로라도 풀어주고 때로는 관객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영감을 주는 광대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건강한 판단능력을 믿는다. 그래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한다. 특정 분야의 견해가 다르다고 그 사람의 자질이저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치관이 달라도 궁극적인 목적은 같을 수 있다.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이세상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에게 적대의식보다는 동류의식과 우호감을 느낀다. 그런 이유로 어떤 집단을 적군으로 분류한 후 총대를 매고따귀를 올려붙여 아군의 사기를 돋우는 일에 동참할 의욕이 별로 없다.

이념이나 권력이나 돈에 미쳐 날뛰는 부류는 소수이다. 그를 추종하는 듯 보이는 다수를 살펴보면 사실은 너와 나 같은선남선녀들이다.이들은 상황을 나와 다르게 분석하고 있을 뿐이고 그래서 나와 다르게 행동할 뿐이다. 이들은 이들대로 나같은 다수를 답답하게여기고 설득하고 싶어한다. 이때 유일한 소통의 수단은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합리성이다. 나는 필봉이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서합리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의 헛점을 지적하고 나의 헛점을 지적당함으로써 모두가 납득하는 길을 찾고 싶다. 다수의 힘은 뭉쳐야만힘이 된다.

하지만 요즘은 가끔 내가 광대가 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내가 광대가 되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을 것 같은불안감이 엄습한다. 세계 정세가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요즘은 독재와 경제 발전이 동의어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 몇몇나라에서 개발의 시기와 독재의 시기가 병행한 것을 아직도 교과서처럼 인용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한때 잘 나가던 경제가 군사독재로인해 곤두박질쳐서 이젠 회생불능이 된 수많은 나라들은 안 보이나 보다. 독재는 절대적으로 소수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역사적경험을 망각했나 보다. 언론과 인권의 통제는 독재가 집앞까지 와서 문 열어달라고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한번발을 들인 독재가 얼마나 삽시간에 기선을 제압하는지를 내가 시집온 독일에서도 나의 친정인 한국에서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그무서운 독재의 악몽이 그렇게 빨리 잊히다니.

합리적으로 해결할 길이 사방으로 꽉 막힌 상황에선 광대라도 되어 한판 승부를 겨루는 수밖에. 하지만 뾰족하게 날이 선 광대의 칼을 보고 시원해하실 관중들을 생각하면 신명이 아니라 눈물이 날 것 같다.

이것으로 저머니라니브의 과분한 덕담에 대한 화답을 대신하고자 한다.


저머니라이브

임혜지님의 대운하관련 글에 큰 감사를

1월 17일자로 작성이 된 건축가 임혜지님의 글 “한반도 대운하, 맨손으로 밤송이를 까?“가 현재 개인칼럼 게시판 <건축과답사>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접하고 제가 굉장히 기뻤는데, 왜 그랬는지에 관한 편집자의 마음을 친구들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현재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의 대운하 구상은 이명박 스스로가 밝힌 적이 있듯이 독일의 운하를 본 딴것입니다. 곧 독일의 운하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죠. 그렇게 본다면 바로 그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재독 한인들이 강점을 가지는영역이고, 또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특히나 독일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만약 그들이나서준다면 참 좋은 일이죠. 물론 한국이 아니라 독일에 거주하기에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단점도 있지만, 기본에 착안하면서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글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 참 큰 아쉬움이었죠. 물론 관심들이 없거나 혹은 마음이 딴 데 가 있을겁니다. 대운하로 해서 건설경기가 다시 되살아날텐데, 그러면 혹시 떨어질 콩고물이 없을까 하는 이들이 있겠죠. 대운하를 바라는이들이 주로 건설업체들, 땅투기꾼들이고, 또 땅값 인상덕을 볼 수 있는 지역 거주민들이라고 볼 때, 한국사회가 이미 그렇고 그런곳이 되어 놓아서 그런 발상을 탓하기가 참 뭐하게 되었습니다만, 아닌 것은 아니라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실지로 한국에서 대운하와 관련해 반대적 입장을 취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배경을 알고난 뒤 판단을 내리려고 하는 이들의경우 독일의 경험과 현재에 대한 큰 궁금증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들만 소개가 되어도 참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것이죠. 물론 이는 비전공자가 나서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영역입니다. 추측성 환경 비판 이상으로 나가지 못하거든요. 그런데한국에서 반대론자들이 펼치는 논리들도 대부분 그 정도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팩트와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논의가 아쉬운 요즘이죠.

그러던 차 임혜지님의 경우 일종의 “솔선수범”을 해 주셨으며, 또 우리가 어디에 착안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들을 대운하 관련글을 통해 던져주고 계십니다. G-LIVE의 편집자의 입장을 떠나 재독 한인의 한사람으로써 너무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역시 재독 한인인 그분께서 인터넷글쓰기의 공공적 성격과 아울러서 모범적 예시를 해 주고 계시기때문이죠.

또다른 하나는 바로 그 분의 글이 던지고 있는 메시지, 곧 “합리성에의 호소”입니다. 많은 이들이 정치적 판단을 함에 있어”무조건 싫어!” 혹은 “무조건 반대!“와 같이 경도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지극히 비합리적인 태도인데, 이런모습들을 독일관련 사이트들, 그곳들에서 벌어지는 논쟁들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아니 더 정확히 습관을 바꿔야할시기입니다. 임혜지님이 4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맞아 쓴 글 중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변변히 못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대안이 없어서 뽑아줬으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다 같이 사는 길이다. 일을습득할 시간도 주지 않고 변변치 못하다고 사사건건 방해만 하는 풍토에서는 변변한 사람이 나올 수 없고 변변한 사람도 재능을꽃피우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만큼 우리의 대통령도 실력발휘를 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월급 주면서 실력발휘를 못하게만들면 손해는 국민이 본다. (밖에서 보는 탄핵과 선거, 2004.4.2)”

바로 이러한 태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이명박 당선자에게도 적용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무현식 로맨스의모순에 빠집니다. 물론 그렇게 주장하고픈 이들도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한마라당 후보 이명박에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말이죠.이런 논법을 사용하는 이들은 주로 노빠, 주사파 등에 해당하는 지극히 무원칙하고 비합리적인 자유주의자들인데, 이명박을 노명박이라부르듯, 노무현과 이병박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둘 다 신자유주의자들로, 한미FTA를 비롯 이명박이 노무현이미리 닦아 놓은 길을 잘 달려가게 되는 것이죠. “고마워!” 하면서!

임혜지님은 대운하 관련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차기 대통령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나는 그가 계획하는 정책에 미리부터 발목을 잡을의도는 없다. 한반도 대운하에 관해서도 내가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운하를 계획하는 장소에 답사 한번 가보지 않은 내가 독일에앉아서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명박 차기 대통령이 돌아보며 운하 건설의 의지를 굳혔다고 알려진 독일의 마인-도나우운하에 관해서 믿을 만한 자료를 찾아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한국의 건설, 경제, 환경 전문가들이 찬반의 의견을 제시할 때국민들이 건전한 판단력에 의거해서 그 의견을 검토하려면 왜곡되지 않은, 담담한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독 한인의 한사람으로써,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G-LIVE를 통해 저머니친구들께 관련 글을 소개해 드릴 수 있음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려야 하고요.

감사합니다.



링크:
밤송이를 까?
저머니라니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