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아이들 학교에서 외국으로 답사여행을 가는데 여성인솔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도 따라갔다. 같이 따라간 어른들 중에는자식들을 통해 친구가 된 타냐도 있었다.
“엄마, 나 키가 자꾸 클까봐 걱정이야."
“걱정 마. 넌 친할머니 닮아서 더 클 거야."
“지금 누구 약 올리는 거야?”
우리 아이들은 둘 다 난독증이 있다. 독일 시댁 쪽으로 난독증의 내력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뮌헨은 빈부격차가 심한 도시고요, 게다가 운이 나쁘게도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보리스 베커(왕년의 테니스 스타)가 살던부자 동네랑 가까워서 무섭게 돈 쓰는 사람들을 좀 접했네요. 그런 집 아이들은 부모랑 똑같이 돈을 뿌리고 다니지요.
나의 모교인 칼스루에 공대는 독일에서도 유일하게 건축과 전교생에게 집중적인 실측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다. 학생들은 소정의예비교육을 받은 후, 1주일 동안 어느 경치 좋은 시골 동네에 가서 합숙하며 문화재 건물을 실측하는 실습을 한다.
35년 가까이 외국에 살면서 내가 한국사람인 것이 부끄러웠던 적이 딱 한번 있었다. 북한 영화를 뮌헨의 영화박물관에서 봤을때였다.
우리 아들은 김나지움 13학년이다.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4학년인 셈으로, 올여름이면 김나지움 졸업시험이자 대학 입학시험에 해당하는아비투어가 끝난다.
한국에서는 아기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말하고, 독일에서는 두루미가 물고 왔다고 말한다. 나의 아이들은 이런 소리를 들을 새도없이 곧바로 깨쳤다.